남형은 자신이 잘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재벌가 자식으로 태어났고, 부모만 믿고 사는 멍청한 놈들과 달리 뛰어난 학력과 학벌을 가졌고 사회지도층의 의무에 맞게 군대도 다녀왔으며, 대학졸업과 동시에 아버지회사에 입사해 바로위의 형을 제치고 회장 자리에 까지 올랐다.


게다가 삼십대 중반인 나이에도 180에서 딱 5미리 모자라는 적절한 키에 배는

나오지 않았고, 탈모걱정없는 숯만은 머리와 눈썹, 얼굴은 잘생겼다는 소리 한번은 건너서 들을 만큼 모자라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미적 감각 떨어지는 동년배 애들하고 도는 차원이 다르달 까…….


몇 십 년의 역사를 걸친 화정자리의 승자는 자신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난 시대의 역량에 맞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경영인이다.


요즘 그의 신경을 예전부터 뒤틀리게 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구승효’



그 새끼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이 난다.

대학 때였지 아마……. 아마 화정 자선 모임 때였나. 화정1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초대했는데

짙은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던

앳되고 겁 많아 보이던 새끼


예전에 별장에 있던 이름 모를 똥개ㅡ

별장지가 한 씨 기분이 뒤틀리면 빗자루로 두들겨 맞던ㅡ세상 억울하고 불쌍하던 그 강아지를 닮았다.


그런 놈이 몇 년 뒤 아버지 비서로 일하며 내 일거수일투족을 꼬투리 잡아 아버지께 일러바치며 눈웃음을 살살 치는 여시 짓을 하더니, 결국에는 꼴에 사장자리 까지 올랐네. 회장만 되면 치워버릴 1순위였는데, 일하나는 야무지게 잘해서……. 참 보면 볼수록 재 수없는 놈이다.



회사 먹여 살리라고 상국대병원을 맡겼더니 하는 짓이 맘에 안 들어 치워버렸다가 결국엔 다시 불러들인 남형이었다. 참 재수없지만 또 그런놈은 없단말이지...



“그런데 남형이 넌 결혼 안하냐?”


반기지도 않는데 뜬금없이 자신에게 놀러온 친구 성찬이 남형에게 말한다.


차 한 잔 얻어마셨으면 갈일이지, 오늘따라 엉덩이 무겁게 자리 깔고 있는 건 뭐야.


부아가 치미는 남형이다.


“네가 인물이 없냐. 배경이 별로냐.

너 어머니도 얼마나 좋으시냐. 웬만한 집서는 다 너한테 딸 준다고 난리인데.”


“그냥 시들해.”


재벌가의 일등신랑감으로 일찍이 그에게 많은 중매가 들어왔다. 제법 돈이든 명예든 있는 집 자식이라는 어여쁜 얼굴들의 아가씨들의 이력서가 늘 책 한권정도는 되었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가 말려도 만난다 했는데…….


그러나 조건에 걸맞은 신붓감만 즐비하게 모인 그 뭉치에서 이상하게 남형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다.


요즘 어머니 강요로, 자리에 나가보면 시들해지는 것도 마찬가지……. 아들 하나 홀아비로 늙어죽겠다며 아침마다 한숨 쉬는 어머니도 보기 힘들다.



“야, 그냥 남들처럼 무난하게 사는 것도 좋아. 인생 뭐있냐? 너도 알다시피 우리 마누라가 얼굴이 있냐. 뭐있냐.”


‘개 같은 새끼.... ’


갈수록 헤어라인이 뒤로 물러나고 있는 성찬을 꼭 빼담은 아이 셋을 낳고 있는 사람 좋은 순한 제수씨가 생각이 난다.


‘병신같은 새끼, 지 사람 귀한줄 모르고…….’


“아들, 혹시 너 여자싫으면 남자 좋아하니? 그럼 남자라도 만나. 이렇게 나이 먹으며 궁상떨지 말고…….”


오늘 아침 식사자리에서 제가 알아서 한다는 말을 듣고 답답한지 열불을 토해내던 그의 어머니가 생각한다.


“네가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엄마랑 살래? 나도 이제 지겹다 지겨워.”


남형이 아침 일을 떠올리며 피식 혼자 웃음을 짓는다.


“있잖아. 우리 라희 알지?”


그런 남형의 비웃음을 동의에 표시로 받아 들였던지 성찬이 헐레벌떡 하며 자신이 뭉기고 있던 본심을 털어놓는다.


“라희?”


성찬의 막냇동생 라희, 첼로 전공하면서 유학중이라고 들었는데, 자신보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난다.


“이번에 귀국하거든, 너랑 예전에 승마장에서 몇 번 얼굴 본적 있다는데…….”


글쎄, 생각을 해보자면 몇 년 전 승마장에서 본 밝고 활달해 보이는 꼬마 하나를 본거 같기는 한데…….


“이번에 걔 만나러 가니까, 네 얘기를 하더라고. 너 만나는 사람 있냐고.”


“........”


남형이 말없이 자신 앞에 놓인 차 한 잔을 마신다.


“내 동생이라서 가 아니라. 애가 성격이 참 괜찮아. 얼굴도 예쁘고……. 또 너랑 취미도 잘 맞지 않겠냐.


“뭐……. 나는 운동하고 그렇게 친하지 않아서……. 운동은 네가 잘하지, 공부는 네가 잘했고…….”






“회장님, 저는 물러나 이따가 다시 오겠습니다.”


“그…….”


“세상에 오랜만이다, 구사장 . 여기 앉아봐, 응?”


사업보고를 위해 왔다가, 성찬의 얼굴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돌아가려는 승효를 붙잡는 성찬이다.


그런 성찬을 보고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남형


‘김 비서가 잠깐 자리를 비웠나보네.’


프로페셔널한 김 비서가 있었다면 이런 난처한 상황은 만들어주지 않았겠지만.

자리를 비운 새 이 불편한 사단이 난 모양이다.


‘구승효, 저 새끼, 성격은 급해가지고……. 일못해가지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예전, 성찬에게 제의했던 어플개발이 실패로 끝나고 거절당했던 불쾌감에 그날 승효를 얼마나 쥐 잡듯 잡았던가.


얼굴이 쾡해질정도로 모진 소리를 쏘아 붓고서 바로 어제 사업얘기로 잠깐 불러 한마디 했더니, 하룻밤 새 그 결과물을 가지고 온 승효였다.


몇 개월 전, 생뚱맞은 플랜트 사장자리로 보낸 지가 몇 개월 전인데, 그 골목에서 몇 십 년은 일한 거 마냥 전문가가 따로 없다. 잠이나 자고 일하는 건지, 독해빠진 새끼다.


“안녕하십니까. 홍회장님.”


성찬을 처음본것마냥 새삼스레 정중히 인사하는 승효다.


“여기 앉아. 여기…….”


탁탁 자신의 옆 소파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입가가 찢어질듯 웃으며 승효를 반기는 성찬이다.


꼭 술자리에서 자신이 초이스한 사람을 애타게 부르는 멍청하고 더러운 모양새이다.


“구사장, 이따가 와줄래요?”


“네. 회장님 그럼 저는…….”


와락…….


기분이 않좋은듯, 낮은 저음의 목소리를 잔뜩 깐 남형이 성찬을 넌지시 노려보며 말하자, 자신 때문인지 아는 승효가 재빠르게 자리를 비키려 하는데 . 그런 승효를 끌어안아 자신의 옆에 앉히는 성찬이다.


“뭐하는 거야?”


“세상에 얘 탄탄한 거봐. 느낌이 남달라.”


노골적으로 승효의 가슴에 자신의 손바닥을 가져다대고 꾹꾹, 승효의 팔뚝을 조심스레 만지며 꾹꾹. 노골적인 터치를 일삼는 성찬, 눈살이 찌푸려진다.




‘왜 저렇게 멍청히 있어. 등신 같은 새끼…….’


“아이고, 우리 구사장. 손은 무슨 말랑말랑 우리 애 같네. 남형이랑 운동도 좀 다니고 해. 아니면 나랑 할래?”


“야, 안가?”


나이에 딱 맞는 영락없는 아저씨답게 뱀처럼 능글거리는 성찬을 보고 있자니 점심으로 먹은 불고기전골이 올라올 것만 같은 남형이 참다못해 자신의 옆 쿠션을 던진다. 뜨거운 김이 펄펄 끓는 전골냄비를 성찬이놈한테 던져버리고 싶다.


“간다. 간다고. 뭔 성질머리가…….

얘, 옛날부터 이렇게 지랄…….”


쿠션하나가 자신의 엉덩이를 치고 나가자 재빠르게 문 쪽 방향으로 걸어 나가는 성찬


그 와중에 승효를 끌고나갈 모양새로 승효를 붙잡은 손을 꼭 놓지 않는다.


“이봐, 조회장, 아까 말한 내 제안 생각해보고……. 그리고 구사장, 내 사무실에도 놀러와, 우리 언제 술 한 잔 할까.”


승효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승효까지 자신처럼 문가로 이끈 성찬이, 마지막까지 승효의 손등을 한손으로 주물럭거리며 말한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억지로 성찬에게서 자신의 손을 잡아 뺀 승효가 성찬에게 인사를 한다.



“멀리 안 나간다. 구사장은 나 좀 보고…….”


“알았어……. 다시보자 승효야.”


화들짝 희번덕거리며, 승효를 보고 잇몸 만개 미소를 지으며 나가는 성찬이다.




성찬이 얼마 전까지 앉아 있다가 나간 소파를 마주본 채로 응접실 소파에 앉아 탁탁 신경질 적인 소리를 내며 승효가 주는 사업보고서를 읽는 남형이, 자신 앞에 서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긴장돼 있는 승효를 본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방식으로, 대형사업수주에 박차를…….”




사업보고서를 읽던 남형이 고개를 올려 승효를 보자, 목울대가 꿀꺽 하고 한번 움직인 승효가 사업보고를 시작하려는데

남형이 승효의 말을 끓는다.


“구사장…….”


“네, 회장님.”


새로운 업무 지시가 내려지면 받을 자세로 긴장되게 남형을 보는 승효.


“구사장, 무슨 화냥기 있어?”


“네?”


남형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영문을 모르는 승효가 화들짝 놀라 남형을 본다.


“아니. 왜 그렇게 쉽게 굴어.”


짝…….


남형이 들고 있던 사업보고서 파일을

자신의 앞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놓자

강한 파열음소리를 내자, 화들짝 놀라는 승효



“나가봐!”


남형이 고갯짓을 하며 문가를 가리키고,


“회장님 물러가겠습니다.”

목이 약간 메인 듯한 목소리의 승효가 정중히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비켜 나간다.




그날 밤


남형의 집,


넓은 침실에 평소 남형의 취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책과 음반들이 한쪽에는 가득 쌓여있고. 몇 사람은 누워도 될 만한 커다란 침대위에 누워 뒤척거리는 남형


오늘따라 왜 이리 심기가 불편한지 잠이 오지 않는다.


몇 번씩 뒤척거리다가 밤새 잠을 설치기도 예사.


늘 예민하고 까다로워 불면증을 달고 사는 남형이지만 오늘따라 증상이 더하자 화가 난다.



침대에서 자리를 털고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바에가 양주 한 병을 챙겨 자리로 돌아온다.


평소 휴식을 취하는 리클 라이너에 앉아 병째로 독한 술을 들이킨다.


꿀꺽, 꿀꺽 술을 몇 모금 마시자.

불현듯 어제 낮에 본 승효의 말간 얼굴이 떠오른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버린 그 강아지새끼 같은 눈도 생각이 난다.


화냥기라니, 배운 거 많고 교양 있다던 자신의 입에서 갑자기 나온 천박한 소리에 스스로 기분이 팍 상하는 남형


구승효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자신이 그런 소리를 했다는 거 자체가 짜증이 난다.


술 몇 모금을 더 마시고. 그렇게 있는데 그런 남형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승효의 모습.


성찬이 희롱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열불이 나고, 옛날 어릴 적 지금보다 더 애기 같았던 승효의 모습도 떠올린다.


제 앞에서도 이러는데 성찬 그 새끼가 ... 

혹시 무슨 짓을 했어도 한거 아냐? 


술기운때문인걸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간지러운 듯하면서 그놈의 미운얼굴만 생각이 나는지...







한편 새벽녘 한참 단잠에 빠져있던 승효를 깨우는 벨소리.


발신자에게 찍힌 ‘회장님’이라는 세글자를 보고 심장마비가 올듯 놀라 일어나 전화를 받는 승효다.


“네. 회장님!”


“구사장 자?”


“네? 아니요. 안잡니다.”


“자다 깬 목소리인데 지금?”


승효가 화들짝 놀라 침대옆 탁상에 놓아둔 물을 마시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꿀꺽 하고 승효가 물을 마시는 소리가 전화너머로 들려오자 자신도 모른 채 살며시 미소 짓게 되는 남형이다.


“구사장 오늘 일정이 어떻게 돼?”


“네! 내일은 주…….”


“그래서 싫다는 거야? 주말까지 내꼴 보기 싫다는 거냐고?”


“네에? 주말이라서 운동…….”


“.......”


술에 취해 승효의 말을 다 듣지도 않은 탓에 버럭 소리부터 지르고 마는 남형이다.


승효의 말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자신이 거부당한 거 같이 느껴져 부아가 치민다.


“운동 간다고?”


“네.”


“언제 가는데?”


“네에? 오후에 ......”


평소의 모습과 달리 새벽녘 술에 취한 남형의 전화에 말끝이 점점 흐려지는데…….


“그럼 점심먹이고 가겠네?”


“네.”


“그럼 점심 먹자”


“네에?”


“나랑은 밥도 먹기 싫다는 거야?”

당황한 승효의 목소리가 나오자

또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형이다.


“아, 아닙니다. 회장님.

제가 그럼 몇 시쯤 댁에 모시러 갈까요? “


“됐고, 너 아직 화정파크 사냐? 내가 가서 전화할게…….마저 자라.”


자기 용건을 다 끝낸 남형이 승효의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전화를 끓어버리자 패닉에 빠진 승효다.


‘새로운 술버릇인가?


회장님이 왜?


대체 왜 이래?


이젠 하다하다 자는 시간 까지 갑질인거야? 미치겠다, 진짜…….’



손바닥으로 머리를 싸맨 체 누워 뒹굴며 절망하는 승효




때마침 날씨까지 좋은 토요일 오후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야!”


아파트 주차장으로 검은색 세단이 들어오고 뒷좌석 창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남형이 근처의 승효를 부른다.


편한 차림으로 나오라는 남형의 전화에 약속된 시간보다 한참 전에 나와 아파트 입구 주차장에서 남형을 기다리고 있던 승효였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재빨리 차로 다가오는 승효


언제나 수트차림이던 회사 안에서의 모습과 달리 베이지색반바지에 노란색 폴로티셔츠를 입은 승효의 모습은 남형의 눈에 새롭게 느껴진다.


으레 그렇듯 앞좌석의 문을 열고 기사 옆에 앉으려는 승효보다 빨리 남형이 뒷좌석의 문을 벌컥 열고 승효에게 눈짓한다.


승효가 차에 타 뒷좌석 남형의 옆에 앉는다.


“많이 기다렸어? 일부러 시간 맞춰 온 건데…….”


“아닙니다.”


“구사장, 뭐 먹고싶은거 있어?”


“아닙.... 네??? 저는.... 다 잘먹습니다.”


“나 참……. 그냥 말하면 누가 잡아먹나.”


남형이 잠깐 인상을 쓰더니, 어이없게 쓴 웃음을 짓는다.



얼마 후 이들이 도착한곳은


고궁근처의 한정식집


마주앉은 남형과 승효


승효는 불편한지,


여전히 긴장돼 있다.



얼마 뒤, 남형과 승효의 테이블 위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지고, 먼저 수저를 든 남형이 상위에 있던 갈비찜의 큰 덩어리를 들어, 승효의 앞접시에 놓아준다.


“많이 먹어.”


“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난데없는 남형의 친절에 꾸벅 인사를 하는 승효다.


그렇게 말없이 아무 말 없는 둘의 식사자리가 이어진다.


한참 서로 불편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던 남형이 문득 승효를 본다.


그동안 뭘 먹기나 한 것인지, 승효의 앞접시는 몰론 밥그릇의 밥까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밥 먹는 속도가 느리구나…….’


자신을 쳐다보는 남형의 인기척이 느껴지자마자 조심스레 수저를 내려놓는 승효


“다 먹었어?”


“네.”


“좀 더 먹지…….”


“.....”


“천천히 더 먹어. 시간 많아.”


남형의 말대로 수저를 다시 들어 밥을 먹기 시작하는 승효


‘예쁘네.’


‘뭐?’


‘나 지금 구승효 예쁘다고 생각 한거야?사내놈을?’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마음의 소리에 당황한 남형.


봄 날씨에 더위를 먹었나. 스스로 당황스러운 남형이 물을 벌컥 벌컥 들이켜다 캑하고 사레가 걸린다.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어. 괜찮아…….”


놀란 승효가 냅킨을 들어 남형에게 건네주는데 순간 쿵쾅쿵쾅 뛰는 심장.


안절부절못하는 남형의 모습에 승효가 남형의 등을 두들겨주는데, 오히려 승효의 손길이 느껴져 남형은 더 미칠 지경이다.


“괜찮다니까…….”


“네.”



“저, 구사장?”


“네?”


“우리 좀 나가서 걸을까?”


“산책하시게요. 네 좋습니다.”


오너의 물음에 거절은 없는 승효다.


얼마 뒤, 식사를 마치고 나온 남형과 승효가 한가로이 걷는다. 주말 모처럼 친구, 연인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골목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 색색의 고운 한복차림들의 연인들도 보인다.



“좋네…….”


“네, 모처럼 나오니까 저도 좋네요.”


해사한 미소를 짓는 승효, 회사에서 보던 사람이랑 같은 사람 맞나. 왜 심장이 쿵쾅거려.


당황한 남형이 말을 돌린다.


“한복 입은 사람들이 많네.”


“네, 요즘 이근처가 관광지화되어가지고요. 한복대여해주는 가게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


“구사장도 한번 입어보지?”


화사한색의 한복을 입혀놓으면 너무 잘어울릴거 같아 그모습이 보고 싶어진 남형이었다.


“네?”


“아니, 나중에 여자친구랑 한번 나와서 입어보라고.. 사귀는사람 있을거 아니야?”


“......”


“?”


남형이 대답없는 승효를 쳐다본다.

승효의 안색이 어둡다.


“지금은 사귀는 사람 없습니다.”


“그래?”


“.........”


“결혼으로라도 늦은나이 아닌가?”


“네....”


“나는 어때? ”


“아, 회장님께서는 아직 젊고 매력적이시고.... 곧 좋은....”


“아니 나 어떠냐고? 너랑 사귀는 사람으로?”


“!”


“별로야? 혹시 당신 포비아있고 그래?”


“아니, 아닙니다.!

너무 뜻밖이라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구사장, 내가 당신을 좋아했던거 같아. 오늘에서야 그걸 알겠네. 나랑 딱 50번만 이렇게 밥 같이 먹자. 그만큼 시간을 쓰고도 당신마음이 아니라면 그때 접지... 50번의 시간은 내가 보스로써 당신한테 충분히 보상해줄게….”


“........”


“싫으면... 못들은걸로 해도되고..


“아니,,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승효가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남형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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